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박태현 강원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5월 30일 사회적참사 특조위가 개최한 제3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에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 의한 피해 구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문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사참위 웹진 6월 호는 박 교수의 논문 내용 중 일부 (pp.56-57)를 그대로 게재한다.

1,403명과 219명의 의미



1,403명.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 중 사망한 사람의 수다.

219명.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하여 정부의 구제 급여 대상자로 인정된 사망자 수 (2019. 4. 5. 기준, 폐 질환 및 태아 피해)다. 이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비극성을 상징하는 숫자임과 동시에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현황을 함축하는 숫자다.



1,403명과 219명. 이 숫자 간의 현격한 차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상당수 의학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피해 구제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노출 피해의 인정에서 ‘발병 기전’과 ‘임상적 특이성’ 등을 확인하길 원했다. 피해 구제에서 요구되는 노출과 질환 간의 인과관계란 ‘의학적 확실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를 누구에게 책임 지울 것인지를 가리기 위한 법적 가치결정이라는 점을 위원회는 알지 못했다.

한편 환경부는 피해 구제를 한 뒤 가해기업을 상대로 걸 구상 소송에서 패소하지 않으려면, 피해 인정을 함에 있어 대법원의 법리를 만족시키는 인과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정작 “그 행위가 없었더라면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당 정도의 가능성(개연성)만 확인되면 법적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판례 법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 결과 폐 질환, 태아 피해 그리고 천식만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 재정에 의한 피해 구제가 지체되자 환경부는 우선 가습기살균제 사업자들로부터 거둔 기업 분담금으로 피해 지원을 하는 쪽으로 구제의 원칙과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피해 지원은 받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아니라, 단지 피해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받은 ‘의사(疑似) 피해자’가 대거 양산됐다.
그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졌는가 하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와 시선이 적지 않다. 신속·공정한 피해 구제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우리가 올바른 경로 위에 서 있는지 이제 성찰할 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몇 가지 제도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의사 피해자를 ‘제도적’으로 양산하는 현행 ‘정부 급여’(법상 명칭은 구제 급여) 및 ‘기업(가습기살균제사업자) 지원’(법상 명칭은 구제 계정)의 구분을 폐지하자. 정부 출연금과 기업 분담금을 통합한 피해 구제기금을 설치해 같은 병증의 피해자에 차별 없이 지원하자.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라는 단일 범주 안에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관련성을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있는 질환은 물론 충분하지는 않지만 관련성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는 질환도 포함하자 (이는 의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불이익을 피해자에게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피해 질환의 존재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그것이 피해자의 다른 선행질환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명한 증거가 없는 한, 해당 질환은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인한 것임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현행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보다 구체화하자. 정부는 필요한 관련 연구를 연차적이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의학적 불확실성의 조기 해소에 전력을 다하도록 하자.

박태현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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