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안전, 생존의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
위험 현장에서 진실을 알린 리스크 커뮤니케이터 ‘안종주’ 박사
Q. '안종주는 000이다', 본인을 한 단어로 소개하자면 어떤 단어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안종주는 최초 언론인입니다. 30여 년간 직업 언론인,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세상에 처음 알리는 일을 줄곧 해왔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해병(환경병) 환자인 박길래 씨 사건을 1987년 <서울신문> 기자 시절 처음 알렸습니다. 또 1996년 에이즈에 관한 국내 최초의 책 <에이즈 엑스화일>을 펴냈고 2002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의사들을 정면 비판한 책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을 펴냈죠. 또 1988년 <조용한 시한폭탄 석면공해>, 2009년 <석면, 침묵의 살인자> 등 석면에 관한 대중 서적 두 권을 펴냈습니다. 석면에 관한 교양도서를 펴낸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최초의 석면 책 저자인 거죠.

1988년 원진레이온 특종 보도 … 산업재해 심각성 고발

Q. 언론인 출신으로서 환경 보건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오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과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겨레신문> 창간 직후인 1988년 7월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직업병 참사를 세상에 처음 알렸습니다.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언론인, 전문가 등 어느 누구도 잘 알지 못하던 것을 특종 보도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특히 누구의 제보나 논문, 연구 보고서 등을 보고 취재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들은 한 마디, 즉 원진레이온 노동자가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에 곧바로 이황화탄소 중독을 떠올려 현장 취재를 통해 일궈낸 일생일대 대특종입니다.

<한겨레> 창간 이후 두 달여 만에 <한겨레> 역사상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최초의 특종 보도이기도 합니다. 또한 1천 명 가까운 직업병 피해자를 낸 원진레이온 참사는 우리나라 최대의 직업병 사건이자 단일 공장에서 일어난 세계 최대의 이황화탄소 직업병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산업보건 제도가 크게 바뀌었어요. 산재 피해자들이 당시 정부기업이었던 원진레이온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집단보상금을 받아 원진직업병재단을 만들었죠. 이 재단 산하에 현재 경기도 구리와 서울 면목동에 각각 50병상과 400병상 규모의 원진녹색병원이 들어서 있고 원진노동건강환경연구소가 세워져 지역주민과 노동자 건강을 위해 20여 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특정 산재 사건으로 병원과 연구소가 세워진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죠.

Q.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 책, <빼앗긴 숨>의 저자입니다. 책을 쓰게 된 이유와 책에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2011년 4월 언론이 원인미상 폐 질환 내지는 괴질로 처음 다루기 시작할 때부터 <프레시안>에 이 사건과 관련한 칼럼을 기고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2011년 8월 말 이 사건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 발표 직후 PHMG, PGH, CMIT/MIT 성분이 문제가 됐다는 사실을 9월 초 칼럼을 통해 최초로 알렸습니다.

그리고 2013년 7월과 8월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피해 신고자의 가정환경을 조사했습니다. 이때 이들의 아픔을 절절하게 느꼈죠. 2014년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백서> 편집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2016년 검찰 수사와 함께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때 그 실상을 자세하게 전하고 싶었어요. 이 책을 통해 사건의 중대함과 피해자들의 비극적인 삶을 다루어 대중의 관심을 더 높이고 싶었죠. 그리고 그것이 피해자 보상 등으로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기업의 탐욕, 정부의 무능과 전문가의 무관심이 빚은 비극

Q.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인과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언론인으로서 칼럼을 쓰고 환경단체에서 환경보건 전문가로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하는 일 이외에도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건 국회 국정조사 때 예비조사 위원으로 참여해 간사위원으로서 적극 활동했습니다. 2017년 8월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계정운용위원장을 맡아 중증폐질환 외 천식 등 다른 새로운 질환이 정부 구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힘썼어요.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기업의 탐욕, 정부의 무능과 전문가의 무관심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일어난 사건입니다. 앞으로 안전한 제품만 시장에 나오도록 제도를 더 꼼꼼하게 다듬고 제품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일차적으로 해당 기업에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합니다. 정부에 잘못이 있을 경우 그에 걸맞은 처벌도 물론 필요합니다.

Q.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이 생활화학제품으로 인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국가와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먼저 기업은 이익에 앞서 노동자와 소비자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제도와 정책. 그리고 행정이 잘못되면 나 자신과 가족이 그 희생자가 된다는 자세로 정책을 다듬고 꼼꼼한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소비자들도 기업의 선전이나 광고에 현혹되거나 눈앞의 편리함과 유행만 좇지 말고 안전한 제품을 고르는 지혜를 가져야 해요. 끝으로 국가는 기업의 이익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자세를 반드시 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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