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험 소통의 패러다임 전환

지금까지 재난 재해 관련 언론의 문제점은 주로 오보와 선정보도, 취재 관행의 문제 등 기능적 측면에서 논의되어왔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위험은 훨씬 광범하고 다양하며, 어떤 것이 위험인지에 대한 결정과 인식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언론 시스템이 21세기형 위험과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소통) 시스템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오늘날 위험 소통이 과거의 근대적 위험 소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성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근대적 산업화와 진보는 예상보다 훨씬 복잡다단한 결과를 낳았고, 사회의 발전방향을 다시 설정하지 않을 경우, 위험은 근대의 진보를 압도하게 될 것이라 점에서 위험 사회론자들의 견해는 대체로 일치한다. 결국, 근대의 (사회적) 위험의 부정성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체계가 재구성되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새로운 재난 보도가 왜 필요한가?

오늘날 위험 보도의 문제는 단순히 위험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규명하고 진단하는 데 머무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위험의 본질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사실을 둘러싼 담론의 경합이 발생하며, 이와 더불어 위험에 관한 주관적 정서와 감정의 교류가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위험 소통에서 언론 보도의 기능은 객관적인 위험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취합하고 전달하는 데 머물렀기 때문에, 위험 인식이나 평가가 정부나 전문집단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에 국한되어 대중들의 위험에 관한 위험 인식이나 다양한 담론적 실천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따라서 위험관리의 평가 주체였던 정부 관료와 전문가 중심의 소통구조를 혁신하고 다양한 위험의 인식주체들이 경험하고 인식하는 위험 갈등의 딜레마를 전면에 드러내고 이를 해결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위험 소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레이스(Leiss, 1996; 김영욱, 2006 재인용)는 위험 소통이 전문가 집단의 일방적인 위험 담론의 생산에서 대중의 위험 인식의 고려, 그리고 조직과 공중(public) 간의 관계 형성을 위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관계로 진화해왔다고 파악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위험 소통을 위험 보도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조직 신뢰의 문제, 미디어 자체의 문제, 나아가 민주주의와 여타의 사회적 현상과 연결하는 데 한계를 보여 왔다. 위험이 혐오의 감정과 결합하여 부정적 감정이 극대화되는 것 또한 위험 소통의 메커니즘이 전반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돌이켜보면 정부는 1차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였고, 언론은 이를 경쟁적으로 기사화함으로써 위험 소통에서 요구되는 일반 수용자와 전문가를 매개하는 담론의 매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실패하였다. 시민들이 지닌 위험 인식의 복합성, 위험의 경험을 ‘기억’하는 것과 이를 통해 위험의 문제를 공론화하는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언론, 게이트키퍼 아닌 ‘참여형 거버넌스’ 채널로 변신해야

이러한 위험 소통체계의 부재는 사회적 갈등을 견해의 다양성으로 수용하는 데 실패하고 집단적 이해관계 혹은 신경증적 대립을 극화시켜 새로운 갈등을 창출하는 파국의 과정으로 귀결된다. 언론 보도는 미디어 수용자들의 위험평가와 판단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위험에 대한 감정적 반응에도 영향을 미치며, 언론 보도 프레임의 유형에 따라 발생하는 감정의 종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Zillmann, 1999). 결과적으로 언론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새로운 갈등을 양산해내는 부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저널리즘 차원에서 언론의 역할은 단순히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제공하는 게이트키퍼의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보의 통제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언론미디어 환경에서 저널리즘의 규범적 역할이 정보의 통제력의 수준에서 논의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재난보도에서 저널리즘은 정보를 어떻게 정확히, 효율적으로 제공하느냐, 또는 어떻게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해석과 관점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객관주의 vs 해석주의 패러다임의 경합으로부터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저널리즘의 관건은 정보를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아니라,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에 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기능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문화적, 교육적 정보를 제공하는 통로(gateway)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견해에 관한 토론과 참여의 장을 만드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이로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시민이 주체가 되는 시민 참여적 위험 소통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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