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재발방지 대책 마련,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세월호안전과는 4·16세월호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한 해양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조사 과제를 수행합니다. 부서의 특성상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과 책임자를 찾는 조사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참사의 구조적인 원인을 분석하여 제도와 법령 등의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일을 합니다. 물론 참사 이후에 정부가 내놓은 안전 대책이 있는 경우 대책의 실효성 점검과 함께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조사하여 개선점을 도출하는 과제를 수행합니다.

이 일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요?

어떤 분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합니다.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할까?”라는 물음에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근대국가 형성의 명분은 왕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국민의 인권을 명분으로 왕국이 아닌 국가가 태어났고, 이후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되었습니다. 국민이 안전할 권리는 당연히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인권의 범주 안에 들어 있을 것입니다.

사진제공 = 설성인 선장

대한민국헌법에 안전권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라는 규정안에 그 내용이 담겨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부결되기는 했지만 2018년 5월 대통령이 발의한 대한민국헌법 개헌안 제37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 제2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라는 안전권 조문이 신설되기도 했었습니다.

안전권이 헌법상의 명시적 규정이 된다면 국민은 자신의 권리 보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 권리 실현의 의무자인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갖게 될 것입니다.

권리 실현의 의무 주체인 정부 또한 의지만 있다면 이러한 헌법적 근거를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안전권 실현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국민의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정부에게만 지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국가의 감독 아래 위험을 생산하는 사람이 스스로 안전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게 하는 것도 중요한 방향일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세월호 재발방지 대책은 결국 인권 실현의 의무자인 국가에 여객선박의 해양 안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사회적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 해양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것이 참사로 확대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 구축을 정부에 요구하는 일일 것이고, 우리 위원회는 그 내용적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것일 것입니다.

참사 발생의 구조적 원인을 드러내고 시스템을 바꾸는 대책 마련해야

이러한 해양재난에 대한 안전대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선체의 침몰과 승객 구조의 실패를 가져온 구조적 원인들을 드러내는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선박 검사와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조사해야 하고, 선사의 경영주와 안전관리 책임자를 조사해야 하고, 선장과 선원들을 조사해야 하고, 해경의 정장들과 상황실 요원들, 관제센터 요원들, 그리고 지휘체계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각급 기관에서 해양 안전대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에 이르기까지 좀 더 폭넓은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조사들은 결국 국가와 위험 생산자들에게 선박 안전에 대한 책임을 구조적으로 물을 수 있는 대책을 찾는 과정들일 것입니다. 현재까지 정해진 대책 방안들은 없습니다.

다만 이 같은 방안들 중에는 경제적 이익을 사람의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구조적 관행을 바꾸는 내용도 포함될 것입니다. 가령 일각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선박의 안전을 위해 들이는 돈보다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자에게 물어주는 돈이 더 싸다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또 선박 사고가 나도 책임관계가 불명확한 현행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경영진과 안전관리 책임자는 책임 범위에서 멀어지고 대신 선장이나 선원 등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현행 시스템을 바꾸는 방안입니다.

물론 국가가 선박 운항으로 적절한 수익이 나지 않은 대다수 선사들에게 안전 비용과 선원의 복지 비용 등에 대한 투자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들 아무 실효성이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준공영제의 확대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을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대신 그만큼 선사에 안전 운행에 대한 책임을 중하게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고가 개인의 과실에도 주요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는 안전 관리 부실 등 구조적 원인 등이 폭넓게 작용해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선박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선사의 경영진이나 안전관리 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매우 중하게 물어야 합니다. 중대 재난사고로 인한 인명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기업에게 형사책임을 특별히 묻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승객에 대한 퇴선 조치를 하지 않아 대형 인명 참사로 확대됐지만, 선박이 탈출이 쉽도록 설계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탈출 계단이나 비상구를 쉽게 발견하기도 어려웠고, 배가 급격하게 기울어진 이후에는 사다리가 없어 탈출하기 어려웠습니다. 배 설계 자체를 비상시 탈출이 용이할 수 있도록 법률이나 제도로 강제할 방안은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합리적 선박 검사와 운항 관리 점검 시스템 구축 시급

선박 검사와 운항관리 점검 시스템을 좀 더 합리적이고 실효적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한국선급의 경우 현재 선박 검사 합격률이 99%에 이르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검사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이러한 검사를 검사원이나 운항관리자 개인이 성실성이나 책임성에 주로 맡겨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사와 운항 관리 점검의 안정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안은 없는지도 함께 조사해 봐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 아이들은 해경 등이 출동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들을 살려 줄 것이라는 믿음 속에 안심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그러지 못했습니다. 해경 개개인의 현장 대처 능력의 문제뿐만 아니라 왜 퇴선 명령을 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했는지에 대한 좀 더 구조적 이유들을 찾아야 합니다. 실효성 있는 매뉴얼 부족, 관료제적 대응체계로 인한 초동 현장대응 미숙, 현장 지휘관과 지휘체계의 역할 간의 책임 불분명, 안전 교육과 비상훈련의 부족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대책들도 필요할 것입니다.

우필호 세월호안전과장

우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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