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일본의 재난관리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재난안전총괄과는 국가의 재난관리체계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로서 작년 12월경 지자체 재난안전 공무원 및 소방관 약 20명과의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현 재난관리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진 간담회 이후 다소 막막한 심경이 들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그 많은 문제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7월 2일부터 3박 4일에 걸쳐 7개의 워크숍 및 3개의 정책현장 방문을 실시하는 일본 출장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재난을 겪어오며 재난관리체계를 발전시켜 온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도쿄도청 및 타이토구청과의 워크숍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일본 재난관리체계 및 관련 정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피난소는 어떤 식으로 관리‧운영되나요?’

7월 3일 오전에는 도쿄도청과의, 오후에는 타이토구청과의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도쿄도청에서는 종합방재부 계획조정담당과 공무원 3명과 시가지정비부 방재도시과 공무원 3명이, 타이토구청에서는 위기재해대책과 공무원 3명이 각 참석하였습니다.

한국어로 되어 있는 방재 지도와 가이드북을 소개하는 것으로 워크숍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재 지도와 가이드북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진, 쓰나미, 홍수가 발생하였을 경우 어떤 지역에 피해가 발생하는지가 표시되어 있었고, 대피가 필요한 지역과 잔류를 하여야 하는 지역이 구분되어 있었으며, 대피가 필요한 지역의 경우 어떤 대피소로 가야 하는지가 나타나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해당 지역에 전입신고를 하면 방재 지도 등을 우편으로 받아보게 됩니다. 좀 더 관심이 있는 주민은 도청이나 구청의 홈페이지에서 지역 방재계획 전문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도쿄도청에서 ‘피난소는 어떤 식으로 관리‧운영되나요?’라고 묻자, 도청은 피난소 지정 등의 기본체계를 수립하는 역할을, 구청은 피난소를 상시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역할을 각 담당하므로, 자세한 내용은 구청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실제로 타이토구청에서는 피난소의 물자 비축 방법, 피난소 가동 절차, 재난 취약계층과 반려동물에 대한 특별한 관리 방안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기관 간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 재난관리체계에 관한 기본사항은 ‘재해대책기본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법은 재난관리와 관련된 정부 기관별 기능과 사무를 명확히 정하고 있고, 기관 간 역할이 상충하거나 부재한 경우에는 ‘방재회의’와 같은 총괄기구에서 조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민간에서 역할을 해주는 부분도 상당했습니다. 주민자치기구가 대피소 열쇠를 관리하고 있기에 재난 시 대피소가 더욱 신속하게 가동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피난 훈련도 주민자치기구가 중심이 되어 실시한다고 하는데, 1년간 타이토구에서만 126회의 훈련에 총 2만 3천여 명의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였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 재난관리에 관한 국가 차원의 기본체계가 잘 정립되어 있고, 관련 정보를 시민들에게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시민들 역시도 재난관리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유명무실화된 체계와 규정을 되살릴 대안 찾기

우리나라 역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기본적인 재난관리체계를 세워두고 각 기관별 역할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해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공무원들이 토로한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면, 법 규정처럼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체계와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체계와 규정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는 것입니다.

재난안전총괄과는 체계와 규정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혀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오는 7월과 8월에는 기초 지자체에서 재난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과의 심층 면담 등을 기획하고 있기도 합니다. 재난관리체계의 실질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현장과 시민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는 조사를 계속해서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