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참사 피해 지원, 권리인가 시혜인가?

재난, 그리고 참사.
그것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부상을 입히며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다. 그래서 그것을 예방해 어떻게든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현실에 있어서 모든 재난을 사전에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면에서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후에 그 피해를 제대로 회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도 얘기한다. “개인의 불행에 왜 국가가 나서야 하느냐!”라고.

이 답을 찾기 위해 ‘국가는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근대국가 개념의 이론적 토대를 세웠다고 평가되는 토마스 홉스의 이야기를 전해볼까 한다. 그는 인간을 ‘이기적인 본성을 가지고 자기보호를 최우선시하는 존재’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각 개인들은 자연 상태에서 자신의 욕구를 한없이 추구하거나 자기보호를 위해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며 이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서로 물고 뜯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의 평화나 안전은 있었을까? 당연히 없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보호를 위해 자신들이 가진 권리를 ‘강력한 힘’에 양도했는데 그 힘이 바로 국가이다. 바꿔 말하자면 국가는 각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주권을 행사하는 대신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사진출처=복진오
사진출처=복진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이와 다른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도 당연히 국가이니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존재 이유이다. 그렇다면 재난이나 참사는 위험이 아닌가? 생명을 앗아가거나 부상을 입히고 재산 피해를 입히므로 그것은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자연재난이냐 사회 재난이냐를 떠나, 대한민국은 재난과 참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헌법도 이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36조 제6항)고 하여 국가의 노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왜 국가는 참사피해에 대해 배상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재난이나 참사가 발생한 후에는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헌법에 ‘국가는 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으니, 예방을 위해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재난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는 걸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앞서 홉스의 얘기에서 설명한 것처럼 국가는 개인의 안전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재난이나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이므로 국가는 그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재난 피해자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지거나 신체 치료를 필요로 하기도 하고, 살던 집이 파손되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해지는 등 여러 면에서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현대 국가는 ‘국민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국가를 지향하므로, 이러한 차원에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하는 책임도 생긴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 맨 앞에서 언급한 주장에 대해 답해 보자.
재난이나 참사 발생은 그것을 예방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이며, 그래서 피해 회복을 위해 지원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재난은 그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그 자체로 커다란 불행이지만 그 발생 책임은 그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에 있다. 국가는 피해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재난이나 참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은 원래의 삶으로의 회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지원을 ‘시혜’로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피해 지원은 도로나 건물 등 기반 시설 복구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고,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피해를 핑계로 한몫 잡으려 한다’는 식의 극언을 쏟아 내거나 ‘자기가 잘못해 놓고 국가에 보상해 달라고 떼쓴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그러한 무관심과 비난들은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남기는 칼이 되고 있다. 이처럼 재난과 참사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것으로 홉스가 말한 자연상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사회적참사 특조위가 다루고 있는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으며 대변환을 요구하였다. 변화를 위한 시작은 재난과 참사의 발생, 그리고 치유의 책무가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에 있는 것으로 사고를 전환할 때에 가능하다. 참사 이후 피해 지원, 그것은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국민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호영 헌법학 박사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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