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참사 속의 국가 책임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인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그 의문 또한 진행형이다. 대통령이 사과도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검찰이나 법원 또한 정부 과실이나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2016년, 2019년 모두 정부 과실을 수사선상에 올린 적이 없고, 피해자들이 고발했던 환경부 장관 등의 사건도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하였다.

법원 역시 2015년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국가가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사회적참사 특조위의 역할

이런 현실에서 같은 정부 기관임에도 사회적참사 특조위는 내실 있는 진상 규명을 통해 국가의 책임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도록 제 몫을 해야 한다. 그 첫 번째 숙제로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을 ‘유독물 아님’이라고 고시해 참사의 빗장을 열어준 환경부의 30여 년에 걸친 화학물질 관리 정책을 지난 6개월간 천착해서 조사해보았다.

환경부는 그동안 참사의 원인에 대해 법·제도의 미비,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과 사회적 인식 및 정보의 부족 등을 내세워 불가피론을 펼쳤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국가 책임 측면에서 인정할 수 없는 내용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청문회나 중간조사 결과 발표 등을 통해 확인되겠지만 한마디로 정부는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부작위’의 오류를 너무 많이 범했다.

일례로 90년대 초반부터 화학물질심사단은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었고, 91년에 PHMG처럼 고분자물질이라도 독성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유해성 심사를 받을 수 있었던 고시도 만들었다가 그 다음 해에는 다른 고시로 면제시켜버리는 등 더 후퇴시키기도 하였다.

CMIT/MIT에 대한 안전성 시험도 대상 물질임에도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22년간이나 방치하였다. 이외에도 법·제도 개선에 관한 많은 논의와 연구용역, 자료들이 있었는데도 다만 행하지 않았다. 조사를 하면서 정말 납득이 안 되는 건 지난 30여 년간 환경부 공무원들이 비싼 출장비를 써가면서 다녀온 해외의 자료만 참고했더라도 아니 예산도 필요 없이 외국에서 무상으로 제공해준 프로그램에 간단하게 분자구조식만 입력해도 독성 정도를 파악하는 최소한의 성의만 보였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국가의 ‘행정 규제 부작위’와 ‘입법 부작위’

문제는 과연 환경부만 과연 이런 상황이었을까 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가습기살균제 업체들의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해 처분 불능 상태를 초래해 가해 기업엔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들에겐 구제를 지연시킨 책임이 있다. 이러한 정부의 책임은 앞으로 어떻게 물어야 할까?

위법성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정부 각 부처와 기관의 제도적 미비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 아닌 국가의 ‘행정 규제 부작위’와 ‘입법 부작위’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책임은 결국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예견 가능성, 회피 가능성에 대한 책임과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 등 법적으로 어려운 얘기는 한마디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안 해서 국민에게 건강상의 피해를 입혔으니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10여 개 부처와 기관에게 구멍 난 법망으로 과거의 소홀했던 법·제도적 책임을 묻기란 여전히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과실로 인해 국민을 위험 사각지대에 방치한 국가 책임에 대해 특조위는 명확하고 끈질긴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 나갈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속의 국가 책임!
‘유책성’과 ‘위법성’의 간극이 ‘조사’와 ‘수사’로 대별되는 중간 지점에 특조위는 서 있다.

최성미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 조사2과장

최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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