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 중심 재난 사회복지 체계 구축해야”

국가·기업의 범죄형 사회 재난은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국가책임의 부재 등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기에 공동체가 집단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한다. 그러나 그간 재난을 대응하고 복구해야 할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국민적 합의와 예측 가능한 패러다임에 의해 추동되기보다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치적 어젠다에 의해 변화해 왔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변화는 사회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시대적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개혁의 포부를 안고 출발한다. 하지만 여타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면서 당초의 문제 해결보다는 다른 한편의 주민행사 등 추가적인 과제에 투입하여 개혁의 본질을 축소시키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전달 체계 개혁안이 발의될 때마다 과연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성과가 무엇인지 합의하기가 어려웠다.

사진출처=복진오

재난 피해자 체감도 낮은 사회복지 전달체계


그렇다면 사회복지서비스를 공급하는 공급자들 사이의 조직적 연결, 공급자와 수혜자 사이의 조직적 연결을 하는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재난으로 인한 실업, 빈곤 등 사회적 위험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고 원상 복구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본질적인 기능을 해왔을까.

우선 세월호참사의 재난 사회복지서비스를 경험한 피해자 가족들은 재난으로 인해 모든 일상이 무너지고 마음을 열지 못하는 고립감을 느꼈으나 연대와 회복의 장을 경험하고 회복의 주체로 거듭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와 직장, 학교 등에서 고립감과 갈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재난 발생 후 재난 자체와 피해 지역의 기반 시설이 상호작용하면서 여러 가지 후속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재난 이후 피해자의 상흔 깊이가 깊으며 사회적 배제와 거부가 여전히 크고 극복하기 힘들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2018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서 수행한 중대 재난 피해 지원 실태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제천 화재 이후, 심리적 안정 지원, 현금, 조세, 보험료, 통신비 등의 지원, 일상생활 지원, 위생 지도, 생활 안정 지원, 의료 서비스, 장례절차 지원 등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시행했으나 전반적으로 피해자의 만족도는 낮게 나타났다.

이들 서비스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웠고 장례지원 절차 안내만이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 피해자들이 피해의 어려움을 호소하려 해도 오히려 배·보상 쟁탈의 프레임을 씌울까 봐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에 적극적으로 호소할 수 없어서 고통을 인내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도 있다.

심지어 제천 화재 등 대형 재난 임에도 신자유주의의 요소인 ‘보충성의 원리’를 무분별하게 적용하며 ‘장례비용’이나 ‘성금’을 ‘보상금’에서 제외하고 지급하는 경향도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진실규명을 위해 1년 동안 마땅한 생계 수단 없이 조사 과정에 매달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긴급 지원 등 이미 보건복지부의 생계지원 제도가 있으나 별도의 생계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듯 재난에서의 사회 복지적 개입이 점점 쟁점화되는 상황이지만 관련 연구결과들을 살펴봐도 현실적으로 사회복지 조직들조차 재난 상황에서 거의 개입하지 않았으며 이론적 측면에서도 사회복지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최근에 들어서야 피해자의 재난 경험 연구, 사회복지사들의 실천 경험 연구들이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며 재난 전문 사회복지인력의 양성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사진출처=복진오

재난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선 위한 제언들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취약계층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대응할 능력이 미약한 계층을 의미한다. 이는 인구·사회학적 및 경제적 특성에 따른 분류이다. 그러나 재난안전대책 연구(2014) 등 관련 연구에서도 재난 시 취약계층은 재난과 동시에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어야 할 경우가 있다고 하였으며 다시 말해, 취약계층은 재난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가구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기존의 사회복지제도들은 주로 시설 복구, 일시적 구호 위주의 지원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별도의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하기보다는 기존 제도에서 재난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건을 완화하고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조치가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긴급 지원 제도 등 현물 및 현금지원 제도로의 적극적 유도가 필요하다. 구호 위주의 단기적 지원 방식보다 지원 효과가 있도록 1~2년 등 기간을 확대해 산정해야 할 것이다. 피해 정도에 따라 건강보험, 국민연금 보험료를 30~50% 경감해 주고 있는데 이 감면의 폭과 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주거급여의 경우 재난 피해자를 대상으로 완화된 기준을 포함 시킨다면 주거시설이 전파 내지 반파된 가구가 쉽게 안정적 주거시설로 이동하고 주거비용을 지원받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한국역학회

현물이나 현금 지원도 필요하지만 사례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바대로, 사례관리는 고기능의 다양한 사회 자원을 꿰어내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이다.

피해자의 상황에 맞춰 개입 정도의 수위 조절이 가능하고 중·장기적으로도 국가(공공) 및 지역사회의 자원, 사회서비스(심리치료 등)를 규합하여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대안으로는 사회서비스만 제시되어 왔으나, 사회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사례관리이기도 하다. 이제는 복지 신청주의에 입각해 뒷짐만 지고 있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舊 읍․면․동 복지 허브화)가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지 않나. 기본적인 생활 유지는 물론 피해자가 정상 사회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복지서비스의 보완과 확충이 기본이 될 때 재난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비로소 견고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심리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실제, 최근 중대 재난인 제천 화재, 포항 지진, 세월호참사, 가습기살균제참사 등의 사례에서 보이듯 피해자의 자살사고 비율이 높게는 36%까지 나타났다. 피해자들을 위한 위기개입 서비스를 시행하며 자살예방센터와의 공조도 필요하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으므로 중·장기적으로 심리서비스가 필요하다. 심리 상담, 심리치료 등이 상당 기간 병행될 수 있도록 해야 지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제천 화재의 심리서비스 만족도만 해도 낮게 나타났고 인근이 아닌 원거리까지 대형 병·의원을 스스로 찾아 치유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피해자 및 가구에 대한 공감적인 섬세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하며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연구도 다수다. 이러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의 주체가 될 보건복지 재난 전문 사회복지인력의 양성, 교육·훈련과정이 필요하다. 정책 입안자, 학계, 사회복지 현장의 귀추가 주목되길 바란다.

특조위의 중대 재난 피해 지원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무엇보다 재난의 경우 장기간으로 지속되는 복구 과정에서 중앙의 통합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난 피해 지원을 사례관리 차원에서 검토하고 피해 복구와 회복의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지원을 종결시키는 피해 지원에 관한 제도적 장치와 기준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정희 사회복지학 박사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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