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참사, 기업의 책임을 묻다
- 2019년도 청문회에 부쳐 -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약칭: 특조위)는 지난 2018년 12월 11일 공식 조사 업무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8개월 여가 지난 2019년 8월 27일부터 이틀 동안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 규명 청문회가 진행됐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기업과 정부, 피해 지원 분야의 다양한 의제들이 다뤄졌다. 여기서는 기업 분야 의제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상 현재 재판 진행 중인 형사사건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청문회 방식의 조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올해 초 검찰은 지난 2016년 수사에서 제외되었던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을 재조사했고, 상당수 기업 관계자를 업무상과실치사상,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다룰 수 있는 의제 범위는 매우 협소한 상황이었다.

청문회의 성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조위는 청문회를 통해 몇 가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첫 번째 성과는 가습기살균제참사 발생 초기부터 협의체를 구성하면서까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온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민낯을 알렸다는 점이다. 특조위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책임자급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 냈으며, 이들 기업은 청문회장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문회의 두 번째 성과는 애경산업이 안전성 확인 없이 자체적으로 파란 하늘 맑은 가습기 제품을 제조·판매한 사실을 알리고, 애경산업 직원의 피해자 사찰이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 성과는 다국적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 (RB)가 전 세계 계열사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글로벌 제품 안전 프로그램을 한국에서는 미흡하게 운영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점이다. 네 번째 성과는 LG생활건강이 자사 가습기살균제 제품 (119가습기세균제거)을 개발할 당시 흡입독성실험 등 안전성 검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 밖에도 2006년 필러물산이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할 당시 현장 사진, 1994년 유공 가습기메이트 출시 당시 서울대 흡입독성실험 보고서, BKC 물질에 대한 흡입독성시험 결과 등을 최초 공개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2016년 국회 국정조사 당시 출석 증인 김철 등의 위증 부분 확인도 의미가 있었다.

CMIT/MIT에 대한 안전성 시험도 대상 물질임에도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22년간이나 방치하였다. 이외에도 법·제도 개선에 관한 많은 논의와 연구용역, 자료들이 있었는데도 다만 행하지 않았다.

조사를 하면서 정말 납득이 안 되는 건 지난 30여 년간 환경부 공무원들이 비싼 출장비를 써가면서 다녀온 해외의 자료만 참고했더라도 아니 예산도 필요 없이 외국에서 무상으로 제공해준 프로그램에 간단하게 분자구조식만 입력해도 독성 정도를 파악하는 최소한의 성의만 보였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청문회 이후 남겨진 과제들

그러나 늘 그렇듯, 성과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특히 옥시레킷벤키저 본사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여 여부 조사를 위해 거라브 제인 등 외국인 임직원에 대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또 2016년 국회 국정조사 당시 위증 혐의를 확인하고자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이사 등도 소환하였지만, 불출석하여 이에 대한 신문이 전혀 진행되지 못했다. 그나마 출석한 증인들도 주요 질문사항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본인은 잘 모른다”라는 식의 대답이 많았다. 이 부분들은 모두 후속 과제로 남아 앞으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밝혀졌듯, SK케미칼, 애경산업, 옥시레킷벤키저, LG생활건강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수의 기업들은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을 공급하고,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검토 장치를 가동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들은 이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를 하고, 참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과의 말이,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이 무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업들은 참사 원인의 주된 당사자이고, 이들의 무책임한 행위로 인해 너무나 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선 기업이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기업들이 정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면, 기업 스스로 참사의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참사의 규모는 어떠하고, 피해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나아가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서 어떤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김유정 가습기살균제 조사1과 과장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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