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 참여 특조위’의 교훈

‘재난 이후에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냉소적인 말은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로 제대로 된 사고조사 시스템의 부재이다. 사고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사고 원인을 밝히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시스템이 미흡하기 때문에 유사한 재난이 또다시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 사고조사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색다른 시도가 산업재해 분야에서 이뤄진 바 있다.

바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 참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라고 한다.)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통상적으로는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원인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중대재해 원인조사는 해당 사업장의 법 위반사항을 파악하여 형사적 또는 행정적 책임소재를 찾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조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해보고자 지난 2017년 발생하였던 ‘삼성중공업(주) 크레인 사고’와 ‘STX조선해양(주) 폭발사고’의 원인 조사를 위해 조사위를 출범시켰다.

출처=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

조사위에게는 사고의 책임소재를 찾기보다는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과제를 도출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따라서, 해당 기구의 조사 위원 역시 기존 방식과는 달리 관련 민간 전문가 및 현장 경력자 등으로 꾸려졌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가 주도한 거의 최초의 민간 참여 사고조사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조사위 활동의 의의 및 시사점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보기 위하여 지난 9월 5일 관련 집담회를 개최하였다. 집담회에는 당시 조사 위원으로 활동하였던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천영우 인하대 교수가 참여하여 조사위의 성과와 한계 등을 소개하였다.

조사위는 조선업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으로 ‘다단계 재하도급’의 문제를 공식화하였다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조사위는 1개 부처(고용노동부) 산하의 임시 조사 기구에 불과한 데 따른 여러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조사위의 낮은 위상으로 인하여 타 부처가 자료 제공에 충실히 임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인터뷰 대상인 근로자들 역시 조사위를 신뢰하지 못하여 솔직한 답변을 주저하기도 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조사위가 조사 결과에 따라 여러 부처들에게 제도 개선을 권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조사의 목적은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밝혀낸 원인을 바탕으로 하여 궁극적으로는 사고 재발방지까지 이뤄져야만 한다. 조사위의 사례에 비춰보았을 때, 이러한 사고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고조사 기구의 강력한 조사 권한과 이행권고 권한이 전제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오는 10월 2일 또 다른 민간 참여 사고조사 사례인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활동 사례에 관한 집담회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현 사고조사 시스템의 한계와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파악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우리나라 사고조사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주현 안전사회국 재난안전총괄과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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