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사진 출처=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 순회 전시회 중 ‘샌드아트’ 내용 중 일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은 러시아 혁명 이후 스탈린 체제의 전체주의 사회를 비유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현대의 고전이다. 소설 속에서 동물들은 인간의 착취에 저항하여 인간들을 추방하고 동물 중심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면서 모든 동물들에게 해당되는 일곱 가지 계명을 만들었다.

일곱 계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마지막 계명이다. 선언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마지막 계명은 모든 혁명가들과 구세주들이 그토록 소원하는 새로운 세상을 요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의 불평등은 없다. 평등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의 알파와 오메가다. 우리가 만든 파라다이스에서는 모든 존재가 다 평등하다. 이제 동물 농장에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조지 오웰뿐 아니라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전체주의 체제는 붕괴됐고 사람들은 이제 어느 사회에서도 인간들은 결코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물농장」에 나오는 마지막 계명은 냉소적으로 바뀌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사실 이 말이 더 현실적이며 진실에 가깝다. 자본주의 이후 평등은 하나의 이상적 관념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목표가 되었다. 물론 자본주의 이전에도 불평등은 존재했지만 평등과 불평등의 간극은 크지 않아 사회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었다. 근대 자본주의 이후 발생한 모든 혁명의 가장 중요한 계명이 평등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그렇게까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좀 더 세련하게 표현하자면 일상적인 삶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자의식이 발현되기 쉽지 않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만인이 평등하고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소득에 대한 처분권이 개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일상이 깨지는 바로 그 순간에 발생한다. 참사와 재난이 발생하는 그 순간이다. 그 순간에 그리고 참사나 재난의 후유증이 진행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참사나 재난의 규모가 클수록 그리고 후유증이 길어질수록 불평등은 심화되고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런 불평등은 참사와 재난이 발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외형적으로는 참사와 재난 모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어 적어도 발생 초기에는 평등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지진은 특정 사람들을 겨냥해서 그들이 사는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태풍은 특정 지역을 겨냥해서 북상하지 않는다.

열차의 전복은 어느 곳에서든 가능하며 해상 사고 역시 미리 통보하고 일어나지 않는다. 참사와 재난을 당하는 사람은 그저 운이 나쁠 뿐이다. 로또 일등 당첨이 운이 좋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처럼 불행은 사주팔자가 드센 사람에게 일어나는 액운이다. 모든 사람들이 운명 앞에서 평등한 것처럼 참사와 재난 역시 이런 평등성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 출처=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 순회 전시회 중 ‘샌드아트’ 내용 중 일부

그러나 참사와 재난은 발생 초기부터 최종 마무리까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선진국은 후진국에 비해 사고 발생 빈도가 낮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사고의 발생 빈도수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예방 시설이 잘되어 있는 곳에서는 사고 자체로 연결되지 않는 경미한 일이 예방 시설이 불비한 곳에서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참사와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이런 불평등은 사고 발생 이후 수습 과정에서 그 격차가 더 커진다. 수습의 규모와 속도는 항상 평등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 우리 모두는 이런 사례들을 여러 번 목격했고 아직 진행 중인 것도 있다.

사진 출처=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 순회 전시회 중 ‘샌드아트’ 내용 중 일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조지 오웰이 「동물농장」을 통해 던져준 메시지를 생각해 보자. 모든 동물들은 결코 평등할 수가 없다. 평등하게 될 수 없는데도 평등을 외치는 것은 기만이다. 분명히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된다. 불평등의 현실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그 불평등을 개선 가능한 수준의 평등으로 끌어올리는 일을 상시적으로 해야 한다. 참사와 재난의 발생 가능성을 지역에 관계없이 최대한 억제시켜야 하고 사고 수습의 규모와 속도를 평등하게 강제해야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한번 몸과 마음이 망가지면 회복이 너무 힘들다. 특히 불평등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예측 가능한 참사와 재난 앞에서 우리 모두는 평등할 권리가 있다.

김홍열 정보사회학 박사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