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회적 참사 유발 기업을 처벌하여
무고한 희생을 막아야 한다

“대기업은 새로운 재료를 경쟁적으로 생산하고 이익을 추구하기에만 급급하였고 새로운 공정에 관하여 엄격하게 안전 점검을 하거나 안전 수칙을 세우고 관련 교육을 하는 부분은 소홀히 하여 위와 같은 엄청난 희생이 따르게 되었는바,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앞으로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고 개발과 경쟁 논리에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기를 기원한다.”
(청주지방법원 2013. 4. 11. 선고 2012고단2521, 2013고단409(병합) 판결).

- 2012년 8월 LG화학 청주공장 폭발사고로 다수의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청주지방법원 판결문 中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참사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등한시하였고, 기업은 철저한 손익계산으로 이윤만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서울 마포구 와우아파트 붕괴(1970년), 서해 훼리호 침몰(1993년), 성수대교(1994년)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씨랜드 화재(1999년) 등 비참하고 끔찍한 ‘참사’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4·16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했고, 참사로 인한 아픔과 슬픔은 2020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의 경우, 사고 발생 및 대응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들이 발생했으나, 아직도 정확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우에도, 수 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피해자 수와 사망자 수는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고,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 대책 마련,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 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피해자·유가족들이 온전하게 치유되지 못한 상태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참사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일터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가 생명을 위협받으며 일을 하고 있고, 하루 평균 3명(주로 하청업체·비정규직)의 노동자는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만 남긴 채 귀가하지 못하고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수만 명의 삶을 빼앗은 기업에게 부과된 깃털처럼 가벼운 처벌

4·16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산업재해 참사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거나 건강을 잃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억울하게 보낸 유가족은 어쩌면 평생 동안 참사 당시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고, 대다수의 국민들도 역시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을 가진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참사를 유발하여 수많은 노동자와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기업은 어떠한가? 잘못에 대해 제대로 처벌받고 책임을 지고 있는가? 현행법 하에서 기업에게 부과되는 처벌은 깃털처럼 가벼운 수준이고, 실질적인 책임자인 원청 기업은 법률적 한계로 책임을 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304명의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 세월호 참사의 가해기업인 ‘청해진해운’은 해양환경관리법이 정한 기름유출 행위와 관련하여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을 뿐, ‘살인죄’ 또는 ‘업무상과실치사죄’ 등 형법상의 범죄로는 처벌되지 않았다.

또한 2020년 1월 20일 기준 피해자 수가 6,715명에 달하고 1,5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도 가해기업의 일부 대표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형법상의 범죄사실이 인정되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하였으나, 기업 자체에 부과된 것은 표시 및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벌금 1억 5천만 원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동현장에서 위험을 외주화 시킨 원청 기업은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에 있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책임을 피하고 있으며, 오히려 산업재해 미 발생으로 수 백억의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지금,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을 제정하여 무고한 희생을 막아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사회적 참사를 반복적으로 겪고, 참사의 책임자에게 부과되는 낮은 처벌 수준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현행 경제·행정·환경 분야를 규율하는 법률의 ‘양벌규정’에 따라 기업에게 형사 처분을 부과할 수 있지만, 기업의 범죄 행위와 피해 규모 등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양형기준으로 너무나 미미한 책임만 지고 있고, 기업에 대해서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법적 한계로 원청 기업 책임자까지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 참사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기업이 두려워할 정도의 처벌이 가능한 법을 만들지 않으면 사회적 참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오늘도 언론에서는 노동자의 사망이 보도되고 있고, 미쳐 언론에 보도되지는 못했지만 어디선가 사라진 무고한 희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지체하면 또다시 무고한 생명의 희생이 발생하게 될 수 있다.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으로 모든 사회적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장담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참사를 유발한 기업을 제대로 처벌해야 무고한 희생자들의 억울함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일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이 먼저다.

안현경 노무사

※ 2019. 12. 26. ‘사회적 참사를 일으킨 기업의 형사법적 책임’ 토론회 자료집(발제문, 토론문)의 내용을 정리, 보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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