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조속 통과 촉구 성명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정부의 감독 소홀, 기업의 탐욕이 합작으로 빚어낸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참사다. 공식적인 피해 인정 신청자만 6,715명이고, 신청자 중 사망자는 1,518명에 이른다(2020.1.10. 기준). 비공식적인 피해자를 감안하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허가하고 기업이 아무런 독성이 없다고 광고한 제품을 사용한 잘못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을 믿은 이유 하나만으로 이러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해소해 주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가해기업은 책임회피에 급급해 왔고, 역대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은커녕, 미봉책으로 일관하여 수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들을 고통 속에서 신음하게 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2018년 3월 22일 출범 후, 권역별 피해자 설명회, 전문가 간담회, 피해자 개별 면담, 연구용역사업 등을 통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였으며, 그 결과 피해 구제를 위한 7대 원칙을 발표(2019.8.13.)한 바 있다.

이 7대 원칙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서, 지난 청문회에서 환경부장관에게 직접 설명하여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낸 바 있다.

7대 원칙의 주요 내용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므로, 전현희 의원, 신창현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정태옥 의원(자유한국당), 조배숙 의원(민주평화당), 이정미 의원(정의당) 등 여야 의원들이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며, 소속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는 위원장 대안으로 가결(2019.12.16.)하여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겼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1월 9일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여 심의하였으나, 피해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의결을 보류하였다.

특별법 개정안이 법사위까지 오는 과정은 사실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과 절규의 산물이었고 참사 해결을 위한 사회적 요구의 결과였다. 그럼에도 법사위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의결을 보류한 것은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또 한 번의 고통을 가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일 수 있고, 참사의 사회적 해결을 요원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특조위는 특별법 개정과 관련하여 국가 조사 기구로서 그동안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었으나, 전대미문의 참사를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한 피해자들의 피눈물의 결과와 사회적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국회는 이번 20대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별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최종 해결은 국회에 달려 있다. 소속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법사위까지 올라온 법안이 형식적인 요건을 이유로 무산된다면 이는 국회 역시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는커녕, 또 한 번의 고통을 주는 것일 수 있다.

더구나 1월 9일 개최된 법사위에 상정된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어느 의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음에도, 의결이 보류된 데 대해 피해자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법사위의 수많은 안건 중에서 우선 상정되었고, 법안심사 소위원회로 넘기지 않고 전체회의에 한차례만 계류시켜 차기 회의에서는 처리하겠다는 법사위 위원장의 발언에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여야 대립국면으로 경색되어 있고, 사실상 총선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과연 특별법 개정안이 무사히 처리될지 우려가 훨씬 더 큰 것이 현실이다.

국회는 피해자들이 관련 부처가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에서 두 손 놓고 있다가 통과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의견서를 제출하고, 법사위가 그 의견서를 이유로 의결을 보류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보다는 매우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유념해 주기 바란다.

국회에 촉구한다. 국회 법사위는 조속히 전체회의를 열어서 환경노동위원회가 의결한 원안대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이어 본 회의에서도 통과하여 완결 지을 것을 촉구한다.

둘째, 법무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특별법 개정을
가로막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오늘날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된 것은 그동안 무원칙, 무성의, 무의지의 태도를 보여준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정부는 2013년 국회가 결의한 특별법 제정을 당시 기획재정부 등이 주도하여 무산시킨 적이 있고, 특히 현 정부 들어 제정된 특별법의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법 취지를 훼손한 바 있으며, 특조위는 이 두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환경부와 국회 간의 의견 조율 과정, ▲특조위의 청문회, ▲개정안 관련 특조위와 국회의 공동 주최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서 개정안에 관한 의견은 여러 차례 논의되고 조정되어 왔었다.

그럼에도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정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어 특별법 통과를 가로막는다면, 이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해결하는 주체가 정부라는 것을 스스로 망각하는 것으로 사실상 방해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환경부는 2019년 특조위 청문회에서 신속하게 법 개정을 진행하겠다고 답변하였고, 환경부 장관은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하였다. 그러나 관계 부처와 협의 과정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특조위와 자료 공유 등에서는 미진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관계 부처 의견을 핑계로 특별법 개정의 무산에 동조한다면, 이는 주무부처로서의 직무를 외면하는 것이요 매우 무책임한 행태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를 것이다. “질환 확대”, “입증책임 완화”, “기업 분담금 추가 부가”, “자료 제출명령 제도” 등에 대한 법무부의 반대 의견은 사실상 가해기업의 개정안 반대 입장과 차이가 없다.

법무부가 과연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발생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에 대한 기초지식은 있는지, 피해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는 있는지 의심을 갖게 된다. 가해 기업의 입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입장을 제출한 것에 대해 법무부가 책임 있는 정부 부처의 일원으로서 진지하게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 기획재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반대한 전력이 있다.

2013년 국회의 피해자 구제를 위한 추경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피해 구제 관련 법 제정 반대를 주도하여 법 제정을 무산시키고 고시로 피해지원을 축소하게 한 주무 부처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근본 취지를 이해하고 있는지에 의심을 갖게 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정부 부처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평가 없는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는 피해자들의 고통만을 가중시키고 참사의 사회적 해결을 요원하게 만드는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물론, 급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법무부와 기획재정부로 인하여 특별법 개정이 무산된다면, 이는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피해자를 응원하고 참사의 사회적 해결을 원하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셋째, 가해기업들은 무한 책임의 당사자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가해기업들은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자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인생을 망가뜨린 잘못은 형식적인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특조위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 규명 청문회’에서도 SK케미칼과 애경, 옥시 등 기업의 책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해자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대책 마련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기대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과정과 이번 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보여준 가해기업들의 모습은 그 진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만약 기업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면 오늘날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이중성 때문에 특별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가해기업은 스스로 무한 책임 당사자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기 바란다. 가해자로서의 책무를 회피하고 저항한다면 피해자와 피해자를 응원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특조위는 거듭 촉구한다.
정부와 기업은 특별법 개정에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국회는 문제 해결의 최종 결정자로서, 조속히 특별법 개정을 처리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2020. 1. 16.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