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독일 탈리도마이드참사,
한국 가습기살균제참사에 말을 걸다

한국의 가습기살균제참사와 독일의 탈리도마이드 참사는 닮은 점이 많다. 두 참사 모두 소비자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정부가 인증한) 제품을 사용하다 대규모 인명 손상을 입었다. 양국 정부의 안전 관리 감독 소홀과 기업의 탐욕이 양 참사의 기저에 깔려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치와 경제 권력이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대규모 인명 손상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 독일 탈리도마이드 참사 개요= 탈리도마이드는 독일 그뤼넨탈사(Grünenthal) 소속 약학자 쿤츠(Wilhelm Kunz)가 개발한 합성 물질로, 강력한 수면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뤼넨탈사는 1954년 특허를 출원하고 일부 지역에서 탈리도마이드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판매는 1957년 10월 독일에서 처음으로 콘테르간(Contergan)이라는 이름의 진정제 및 수면 보조제로, 의사의 처방전이 따로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으로 시판되었다.

그뤼넨탈사는 광범하게 콘테르간을 선전, 광고하였고, 외국회사에 라이선스 발급을 공격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판매에 박차를 가하였다. 이 제품은 영국, 스칸디나비아, 일본, 캐나다, 이태리, 호주 및 브라질 등에서 팔렸다.

1959년 12월까지 그뤼넨탈사의 탈리도마이드 판매는 한 달 평균 100,000달러 정도였는데 불과 2년 만에 독일에서만 판매량이 3배 증가하였다.

당시 40여 개국에서 50개의 다른 상표로 유통된 탈리도마이드는 판매 전략으로 비독성을 강조했다. “절대 안전”은 탈리도마이드 초기 광고에서 자주 사용한 문구였다. 이에 따라 아이들을 위한 안정제로 액상 형태로 사용되기도 하였다(“서독의 베이비시터”로 별칭). 새로운 안정제의 시장을 개척하고자 열망한 그뤼넨탈사는 의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써 탈리도마이드를 선전하기도 하였다.

“임신과 수유 기간 중 여성의 신체는 큰 부담을 받는 상태로 불면증과 불안정, 긴장 등으로 항상적 이상상태에 놓여 있다.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진정제 및 수면제의 처방이 엄마에게 자주 필요하다.”

편지는 탈리도마이드를 특정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며 공격적인 시판을 꾀하였다. 그러나 새끼를 밴 동물에 대한 번식시험을 하지는 않았다. 즉, 1950년대 말과 1960년 세계 각국에서 판매된 탈리도마이드는 입덧과 두통, 기침, 불면증, 감기 치료용의 안전한 약으로 독일과 영국 및 일본 등에서 시판됐다. 하지만, 이 제품을 복용한 수 천명의 사람(태아)들이 죽거나 심각한 선천성 사지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이 참사의 피해자는 아직도 고통을 당하고 있다. 유럽 의회가 지난 2016년 12월 밝힌 개략적인 탈리도마이드 피해자 수는 독일 2,700명, 이탈리아 500명, 영국 500명, 스웨덴 100명, 스페인 200명에 이른다.

<탈리도마이드 피해 출생아 수(추정)>
나라 피해 출생아 수(추정)
그뤼넨탈사가 직접 판매한 독일 및 5개국 11,604
UK 2,096
Japan 1,236
Scandinavia 532
Canada 416
Australia 600
Brazil 4,000
Italy 2,000
Spain 2,000
US 160+
Latin America ex-Brazil 400+
Total 25,044+
출처=The Thalidomide Catastrophe (2018), 30
<세계 탈리도마이트 생존자(성인 단계)>
나라 생존자 수(검증) 생존자 수(추청)
그뤼넨탈사가 직접 판매한 독일 및 5개국 2,901  
UK 524  
Japan 309  
Scandinavia 133  
Canada 104  
Australia 150  
Brazil 600+ 1,000
Italy 350 500
Spain 23 500
US 23 40+
Latin America ex-Brazil   100+
Total 5024+ 6261+
출처=The Thalidomide Catastrophe (2018), 25

◇한국 가습기살균제와 독일 탈리도마이드참사의 유사성= 이러한 탈리도마이드 참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비교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사성을 갖는다. 첫 번째 유사점은 제조 및 판매회사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 제품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험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 더 나아가 제품의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선전, 광고함으로써 다수 소비자의 신뢰를 기망하였다는 점이다.

탈리도마이드참사와 가습기살균제참사의 또 다른 유사점은 제품의 안전성에 관한 정부의 규제체계가 부재하거나 부족한 것이 참사 발생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제품 사용으로 인한 피해가 사지 기형이나 폐 손상 등 중대한 것이어서 생존자 내지 피해자에 대한 건강상 돌봄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탈리도마이드 참사의 진상 규명이나 피해자 지원 상황 등 문제 해결 과정과 결과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둘러싼 진상 규명이나 피해 지원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의 모색하는 데 참고할만한 통찰과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

◇ 미국과 프랑스가 참사를 면할 수 있었던 이유 = 그 당시 독일과 영국 등은 의약품의 안전성 규제가 미국과 프랑스 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느슨하였다. 미국과 프랑스가 각각 약해 사건을 겪고 나서 의약품 안전성 규제를 강화하면서 탈리도마이드의 자국 내 시판 허가 결정에 상대적으로 엄격한 태도를 취하였고 그 결과 탈리도마이드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탈리도마이드 참사는 안전 규제의 존재 여부가 실제 결과에서 어떤 차이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탈리도마이드 사례는 이른바 ‘사회적 참사’에 정부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지에 따라 문제 해결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독일과 영국, 호주는 참사의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제조사와 피해자 간 손해배상의 문제로만 다루어졌고, 그 결과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탈리도마이드 생존자들은 제조사와 정부를 상대로 ‘정의(justice)’를 외치며 싸우고 있다.

사진설명=마르기트 훈데마이어씨는 탈리노마이드 피해자협회 대표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당시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이었던 최예용 박사(현 사회적참사 특조위 부위원장)가 인터뷰하면서 찍었던 사진이다. 마르기트 대표는 당시 한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연대할 것을 조언했다.

◇ 세계 각국 탈리도마이드 참사 후속 조치들= 탈리도마이드 참사를 겪으면서 세계 각국은 △의약품 안전성 규제 강화 및 피해 보전 제도 도입 △정부의 피해 지원 기금 출연과 그 정당성 △제조 및 판매사에 재정적 책임 지움의 중요성과 장기 지속적인 피해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의 필요성 등을 통해 참사 후속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후속 조치들을 살펴보자.

◇ 의약품 안전성 규제 강화 및 피해 보전 제도 도입= 탈리도마이드 참사 이후 독일은 1961년 10월 1일 의약품법(the Medicinal Products Act)을 강화하는 한편 의약품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제약회사에 의무적 보험 가입을 내용으로 하는 의약품법(the Pharmaceutical Law of 1976)을 제정하였다.

스웨덴에서는 제약회사들은 정부의 법률 제정 움직임에 대응하여 사회보장 보험 범위를 넘어서 의약품 피해자를 보상할 수 있는 “자발적” 집단 보험에 합의하였다. 일본에서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기금법(the Drug Side-Effect Injury Relief Fund Act of 1979) 및 의약품사고법(Pharmaceutical Affairs Law)을 도입하였다.

미국도 1962년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the Federal Food, Drug, and Cosmetic Act)을 개정해 제약회사는 의약품 승인을 받기 전에 대상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증명하도록 하였다.

영국도 의약품법(Medicines Act 1968)을 제정하여 의약품을 prescription only medicines(처방전이 필요한 의약품)-pharmacy medicines(처방전은 필요 없으나 약사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의약품)-general sales list medicines(약국 아닌 곳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등으로 구분하며 각각의 규제 내용을 달리 정하였다. 우리의 경우도 리스크가 큰 안전 확인 대상 생활화학제품의 경우 손해배상책임 보험에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출처=독일 탈리도마이드 피해자 전국 협회 소책자(2012)

◇ 왜 정부의 기금 출연이 당연한가=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대규모 인명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데 실패한 데 따른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참사의 결과로 의약품 등의 안전 규제체계의 강화되면서 시민들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곧 탈리도마이드 피해자의 희생으로 일반 시민의 안전 증진이라는 편익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사진출처=독일 탈리도마이드 피해자 전국 협회 소책자(2012)

독일에서 탈리도마이드 생존자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하여 투쟁에서부터 법정 소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어 왔다.

2008년 11월 독일 정부는 급여를 두 배 증액하고, 추가적 재정 증액을 제안하는 법률안을 준비할 것임을 발표하였다. 2010년 11월 27일 탈리도마이드 생존자의 1/3 이상이 거주하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NorthRhine-Westphalia) 주(州) 정부의 보건부는 주 내 Contergan Society(단체)를 도와 800명가량의 탈리도마이드 생존자들의 건강과 복지 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그 단체의 ‘Peer to Peer’ 복지 서비스를 열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 계획을 발표하였다.

호주 정부도 2009년 9월 탈리도마이드 생존자들을 위한 새로운 지원 체제를 발표 하였다.

영국 정부도 2010년 의회에서 영국 탈리도마이드 생존자를 위한 기금(26백만 파운드) 출연을 3년간 약속하였다. 2016년 탈리도마이드 생존자 지원에 관한 유럽 의회 결의에서 각국 정부가 탈리도마이드 생존자들에 대한 지원을 보다 강화하여야 할 합당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탈리도마이드 참사의 결과로 발전된 의약품 규제체계는 지난 50년 이상 유사한 참사로부터 수백만의 EU 시민들을 보호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동안 탈리도마이드 생존자들은 해당 약으로 인하여 고통스럽고 악화되는 상황에 사로잡힌 채 살아왔다.

◇ 독일과 영국의 지속적인 피해 지원 정책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중에도 장기간 지속적인 보건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보건서비스는 피해자의 각 개별적 수요를 확인하고 이를 충족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부가 피해 인정 및 보건서비스 지원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적합한지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감독을 전제로 피해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재단을 통한 지원 방식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 활용되고 있는 방법은 재단 설립을 통한 사회적 무한 책임 제도 도입이다.

사진출처=독일 탈리도마이드 피해자 전국 협회 소책자(2012)

제조 및 판매사에 재정적 책임 지움의 중요성과 장기 지속적인 피해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의 필요성이다. 탈리도마이드 생존자들에 대한 보상과 건강 돌봄에 필요한 기금의 조성과 관련하여 영국의 경우 기금의 60퍼센트는 디아지오사로부터 출연되고, 나머지 40퍼센트는 영국 정부의 급여(Health Grant)로 조성된다.

반면에 독일의 경우 2008년까지 그뤼넨탈사가 출연한 금액(1970년 100백만 마르크, 2009년 50백만 유로를 Contergan Foundation에 출연) 전체 기금액 중 겨우 12퍼센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독일 정부의 출연금으로 충당해 왔다.

탈리도마이드 제조·판매사는 참사 발생의 1차적 원인을 제공하는 원인자로서 자기책임에 상응하는 재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책임은 사안의 성격상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생애 주기 동안의 장기 지속적인 지원 형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책임 이행의 가장 적합한 형식은 재단을 통한 지원 방식일 수 있다.

영국에서 탈리도마이드 신용기금(Thalidomide Trust)이 설립된 까닭은 장래 아이들에게 어떤 필요(needs)가 생기게 될지 미리 가늠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에서 14백만 파운드의 기금을 조성하여 트러스트가 이를 운용한 것이다.

사진출처=독일 탈리도마이드 피해자 전국 협회

독일의 경우 준정부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 콘테르간 재단(Contergan Foundation)이 위 트러스트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2009년 3월 조직 개혁이 진행되어 이사회의 이사 수는 7명으로 축소되면서 이 중 2명은 콘테르간 생존자들 중에서 선출된다. 영국은 1973년 피해자와 디스틸러스사와 보상 합의에 따라 설립된 신용기금이 보상금 배분과 피해자 맞춤형 보건서비스 제공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 또한 특별 급부(Health Grant)를 직접 시행하지 않고 트러스트에 사업 운용을 맡기고 있다. 트러스트의 이사회에는 피해자들이 뽑은 대표도 참여하고 있다. 트러스트의 장점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울러 피해자와 가까이서 개별화된 보건 수요를 파악하고 이것이 충족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비관료적 조직’이라는 데 있다. 트러스트는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하는 관련 제도를 발굴하여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재단이 생존자들(수익자)에게 지급하는 급부가 소득으로 잡혀 소득세가 부과되면서 -높게는 48퍼센트까지, 2000년에도 34퍼센트까지- 재단으로부터 받는 급부의 실질적 혜택성이 약화되었다.

처음에는 정부가 트러스트에 일정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문제를 상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생존자들이 내야 할 높은 소득세를 충분히 상쇄할 정도의 지원은 아니었다. 생존자들과 트러스트는 비슷한 정도의 상쇄 지급(offset payment)의 지원을 당시 재무상인 고든 브라운(Gordon Brown)에게 요청하였으나 거부되었다.

2002년 트러스트가 생존자들에게 세금을 공제하고 급부를 함으로써 영국 정부는 이러한 세금공제로부터 3백만 파운드의 순수익을 얻는다는 이른바 ‘잔인한 세금(Cruel Tax)’로 이 문제가 언론 기사로 다루어졌다.

이에 탈리도마이드 비극으로부터 정부가 부당하게 수익을 얻는다는 공분의 여론이 형성되었다. 이후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정부의 Health Grant는 개인 상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간주되면서 2004년부터 더 이상 소득세의 부과대상이 되지 않게 되었다.

<참고문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019). 「국내외 유사참사 사례의 진상규명 결과 비교분석」, 서울: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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