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걸 안 쓰면 엄마도 아니라고 했어요”
편집자 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지난해 마지막 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란 이름으로 단행본을 발간했습니다. 사참위는 단행본 구성을 사례자 중심으로 재편집해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게재합니다. 피해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사례의 경우 실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 이걸 안 쓰면 엄마도 아니라고 했어요 / 김선미
  • 딸 혼수 준비할 때 딸려온 사은품이었어요 / 하영림
  • 첫 아이 병간호 중에 사용했어요 / 윤미애
  • 회사에서 주 6일 내내 틀었어요 / 김미선
  • 난 무조건 옥시 것만 썼어 / 신난희
  • 나는 똑똑한 놈이라 이런 것도 쓴다고 자랑했죠 / 서영철
  • 하필이면 가습기살균제를 쌓아놓은 곳에 / 손수연
  • 세척하기 편하고 좋겠다 생각한 거지 / 우승하

2008년 10월 경인가, 유모차를 사러 신랑이랑 마트에 갔어요. 저는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거기서 처음 봤어요. 판매원이 홍보를 엄청 하더라고요.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은요, 황금돼지띠 아기 엄마들이 먼저 알아요. 친환경 제품이라 아이들 감기도 예방되고 정말 좋습니다.” 딸아이가 감기에 걸린 터라 그 말이 귀에 쏙 들어왔어요.

당시에는 감기 걸리면 무조건 가습기를 쓰라고 병원에서 권유했거든요. 그런데 가습기 살균도 되고 감기도 예방된다, 나아진다, 하니 혹했죠. 옥시 걸 살까 하다가 애경 걸 샀어요. 판매원이 요즘 이거 안 쓰면 엄마도 아니다, 무식한 부모다, 그랬거든요. 나중에 남편이랑 그 순간을 회고할 때 그랬어요. ‘그나마 애경 것을 사서 다행이다. 그래도 우린 살았다.’

한번 넣을 때 10ml가 정 용량인데 반만 썼어요. 매일 저녁 남편이 깨끗이 가습기 세척을 하기도 했고, 또 남편이 살균제 냄새를 싫어했거든요. 통 하단부에 개봉하면 6개월 안에 쓰고 그 이후에는 쓰지 말라고 적혀 있어요.

용량을 반만 쓰니 사용한 지 6개월 정도 된 시점에 꽤 많이 남았었거든요? 계속 써도 되나 싶어서 고객센터에도 전화하고 홈페이지에도 들어가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6개월 지나면 효과가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자기네 제품은 워낙 친환경적이어서 맹물 쓰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남은 거 그냥 쓰라는 거예요. 그 한 통을 안 버리고 1년을 쭉 채워서 쓴 이유가 그거였어요.

“그 꽃을 가지게 해서 미안해”

어르신들 보기에는 제가 별거 아닌 질병에 호들갑을 떨어서 아이가 더 많이 아프게 됐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네가 지랄맞아서, 네가 잘못해서 애가 아픈 거다, 그렇게 얘길 하시는 거예요. 근데 뭐라고 반박을 못 했어요. ‘진짜 내가 죄인인가 보다….’ 근데 안 가면 당장 아이가 눈이 뒤집히니까. 경련을 놔두면 간질로 넘어간다는 말을 들었으니 두고 볼 수만은 없잖아요.

그래서 병원으로 아이를 끌고 가면서도 ‘그래. 내가 진짜 나쁜 년인가 보다. 나 땜에 얘가 아픈가 보다’. 딸아이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게 드러나고 나서는 어머님 아버님이 더는 그런 말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 피해자였구나’ 인정을 해주셨는데, 그때부터는 저 스스로 용서가 안 되는 거예요. 아…. 정말 나 때문에 아팠구나. 내가 무지해서, 내 새끼가 아팠구나….

딸아이 오른쪽 폐 하단부에, 심장 바로 앞쪽에 요만한 가래 딱지? 가래 딱지인지 폐 섬유화인지 아직 조직 검사를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그게 있어요. 의료진도 열어봐야 안대요. 근데 그걸 알아보려면 코에 내시경을 집어넣어서 폐포까지 다 쓸어내야 한대요.

청소기 같은 걸로 여기까지 폐포를 쓸고 내려가서 그걸 흡입해오는 방법밖에 없대요. 제가 수직으로 들어가면 안 되냐 했더니 ‘심장 바로 아래라서 위험하다, 그 방법밖에 쓸 수 없다’ 그래요. 그래서 저는 저희 아이한테 항상 얘기해줘요. “지원(가명)아. 지원이 폐에는, 가슴에는, 요만한 꽃이 있어. 지원이가 아프면 활짝 꽃을 피우고, 지원이가 안 아프면 꽃이 다시 질 거래. 근데 지원이는 예쁜 사람이라서 평생 그 꽃을 갖고 살아야 한대. 엄마가 그 꽃을 가지게 해서 미안해.” 저희 딸아이는 아직도 그게 꽃인 줄 알아요.

“내 새끼 폐포를 뜯어낼 엄마가 어딨겠어요”

저희 집에 조사하러 와서 한다는 소리가 ‘피해자 인정받으려면 구매한 영수증을 내놔라’. 구매한 지 7년 된 시점에 그 얘길 꺼내는 거예요. 업체들이 구매한 영수증을 5년 이상 갖고 있지 않아요. 누구도 저한테 영수증을 다시 줄 의무가 없어요. 차라리 병원에 가서 10년 된 서류 내놓으라고 하는 건 쉽더라고요. 마트에 가서 서류 달라고 하니까 당장에 그런 거 없다고 해버리는 거예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구나

하다 하다 환경부에까지 요청해서 영수증을 받아 냈어요. 근데 그것도 되게 어설프게 됐어요. 정부에서 피해자 모임을 한번 만나면서 엄청나게 후들겨 맞았거든요. 그 직후라 제가 도움을 받았는지도 몰라요. 그전까지 환경부나 기술원(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 종합지원센터)에 서너 번 전화하고 대여섯 번 찾아갔을 때는 ‘어쩌라고’ 이런 식이었거든요? 근데 후들겨 맞고 나서 제가 전화하니까 바로 전화받고, 바로 해결해주고. “환경부인데 이 사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니까 서류 있으면 좀 챙겨주세요.” 고거 한마디에 7년 치 서류가 막 올라가서 내려오는 거예요.

그게 딱 한 시간 걸렸어요. ‘아. 할 수 있었는데 안 했구나. 이마트도 자료 있는데 안 줬구나. 환경부도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걸 안 했구나.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구나.’ 영수증을 찾아내는 게 다른 어떤 행위보다 가장 힘들었어요.

세상에 어떤 엄마가

딸아이가 4단계 판정이 나와서 재심사를 들어갔어요. 제가 그때 당시 판정위원이었던 교수님한테 폐 사진에 하얗게 된 부분을 짚어주면서 물었어요. “교수님. 죄송한데 CT 사진 보실 때 아이 폐에 이런 게 있는 건 확인하셨나요?” 그랬더니 그분 말씀이, “어, 이게 여기 왜 있지?” 판정이 잘못됐다는 거잖아요, 거기서 인정해버리면.

의료진이면 마땅히 면밀히 살펴야 하는데 지금 와서 ‘여기 왜 있지’ 말씀하시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교수님이 딱 한 마디 해요. “그러네요.” 그러네요, 그러고 끝났어요. “이거 보셨으니까 판정에 도움이 되는 건가요?”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네요.” 딸아이는 번복 없이 4단계로 갔어요.

혹자들은 저한테 그래요. 차라리 병리 검사를 해보지 그러느냐. 제가 무지해서 저희 아이 폐에 나쁜 걸 주입한 것만으로도 나쁜 엄만데, 1, 2단계 받기 위해서 ‘지원아(가명). 네 코에 호스를 집어넣고 여기까지 폐포를 다 흡입해야 해. 흡입해내서 그걸 병리 검사할 거야. 그럼 너는 평생 결핵처럼 앓고 살아야 한대.

“선의와 악의라는 법률 용어가 있어요”

‘선의’와 ‘악의’라는 법률 용어가 있어요. 선의란 특정 사실을 모르는 것을 뜻하고, 재판할 때 무지해서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정상참작을 해줘요. 반면에 악의란 그게 문제가 됨을 아는 거고, 알면서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같은 행위를 하면 고의라고 봐서 더 엄한 처벌을 내려요.

정부가 처음 제품을 허가해줄 때는 무지했다고 칩시다. 과거로 도려내자고요. 하지만 현재는 그 제품이 유해하다는 걸 명확하게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정부가 가해 기업에게 좀 더 단호하게 협상 자리로 나와라, 먼저 사과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필요한 게 있다면 빨리 움직여서 법률을 강화하고요. 알면서도 정부가 뒷짐 지고 있으면 잘못하는 거잖아요. 악의고 고의잖아요. 그러니 이젠 움직여서 너네가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거예요. 뒷짐만 지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체됐어요.

“효과가 좋다고 하면 거부감이 먼저 들어요”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요. 치약 하나를 살 때도 치약 맨 끝부분에 세로줄이 초록색인지 빨간색인지 확인하고 사요. 초록색이면 친환경적인 원료를 사용한 거고, 검은 색깔은 화학제품으로 만든 치약인 거고 빨간색이면 뭐고, 라벨마다 다 다르거든요. 그걸 다 살펴보면서 쓰고 있고, 비누는 만들어서 사용해요.

샴푸나 린스는 기성 제품 쓰기는 하되 웬만하면 화학 성분이 덜 든 걸 사요. 성능이나 효과가 덜 좋아도 괜찮아. 오히려 효과가 좋다,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고 하면 거부감이 먼저 들어요. 뭔가 안 좋은 게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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