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식기소독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
4년간 병원에서 사용 확인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가 지난 6월 29일 서울 중구 사참위 회의실에서 한 대학병원이 식기 살균소독제를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병원 내 가습기살균제 사용’관련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조사2과 최성미 과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6.29)

한 대학병원(이하 A 병원)이 지난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4년 4개월간 식재료와 식기 살균소독제 ‘하이크로정’을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것이다.

◇ 식기소독제가 어떻게 가습기살균제로 둔갑할 수 있었나?= 가습기살균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2000년대 중반, 의약품 도매업체(이하 C 업체)는 식기 살균 소독제인 하이크로정에 대해 ‘실내 공기 살균 소독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라고 허위로 제품설명서를 작성하여 A 병원에 판매했다.

A 병원은 납품업체를 통해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하이크로정’을 ‘가습기 하이클’이라는 이름으로 총 3만 7400정 공급받았다.

C 업체 관계자는 사참위 조사에서 “(당시) 가습기살균제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어 판매처를 더욱 늘리고자 제품 용도를 변경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기소독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리한 이윤추구에 나선 도매업체의 욕심과, 위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한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이라 볼 수 있다.

◇ 하이크로정 어떤 독성이 있길래= A 병원에서 사용한 ‘하이크로정’이라는 제품의 주성분은 NaDCC(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이다. 이 물질은 딸기 농가에서도 쓸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알려졌지만 호흡기로 흡입해야 하는 경우는 다르다.

△ 하이크로정 유통 흐름도

NaDCC 성분이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오면 폐포 벽이 두꺼워져 공기 통로를 막는 등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목숨을 잃게 할 수 있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 성분으로 만들어진 가습기살균제 ‘엔위드’에 대해서는 2020년 6월 기준 103명이 환경부에 피해를 신고한 상태다.

△ C 업체가 작성한 하이크로정 제품설명서
△ A 병원 감염관리지침서에 명시된 ‘하이크로정’ 사용 매뉴얼

◇ 병원 감염관리지침서에 의해 체계적, 지속적으로 사용돼= A 병원은 소독제관리위원회 회의를 거쳐 병원 공식 문서인 '감염관리지침서'에 가습기 물 1통에 하이크로정 1개를 넣으라고 명시하고 지침대로 4년 4개월 동안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측은 도매업체에 속아 제품을 사용했다는 입장이지만, 환자의 생명을 돌보는 병원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을 별다른 검증 없이 관리하고 사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 A 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로 둔갑해서 사용된 식기세척기
‘하이크로정’과 DaDCC 성분이 든 가습기살균제 ‘엔위드’
△ 사참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최예용 위원장이 A 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된 하이크로정을 들어 보이며 피해 실태 파악 및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6.29)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위원장은 ”병원에서 식기소독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된 지 모른 채 ‘감염관리지침서’에 따라 오랜 기간 잘못 사용한 사실이 최초로 확인되었다”라며 “가습기살균제가 아닌 것을 가습기살균제로 광고한 업체, 이를 감염관리지침서에 넣어 사용한 대학병원, 이 과정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에 모두 책임 소지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또 “정부 당국은 용도를 변경해 유독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 추가 사례가 있는지 행정관리·감독을 실시하고, 해당 제품으로 인한 피해 실태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달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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