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권병덕의 참사읽기시카고 폭염 : 비민주적인 재난
<권병덕의 참사 읽기>는 지난 20세기 발생했던 대형 참사와 재난을 통해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지를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회학자 울리히 백은 <위험사회>에서 유명한 명제를 제시했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
(poverty is hierarchic, while smog is democratic.)

그러나 1995년 시카고의 폭염은 민주적이지 않았다.
7월 13일 시카고 낮 최고 기온은 41도, 체감온도는 52도.
그 뒤 3일간 38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도시는 마비되었다.
역학조사 결과 7월 20일까지 일주일간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739명.

사망자의 대부분은 빈민가의 노인들이었다. 당시만 해도 가정집의 에어컨 보급률은 높지 않았다. 문제의 시작은 치안이었다. 빈민가의 주택들은 불안한 치안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었다. 독거노인들은 그렇게 서서히 죽어갔다.

붕괴된 공동체는 이웃과 신뢰에도 영향을 미쳤다. 옆집의 사람이 생사의 기로에 있어도 섣불리 문을 열고 들어가 안부를 물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카고 공무원들이나 보건 의료 시스템은 폭염에 준비가 안 돼 있었고, 경찰도 범죄가 아니라며 소극적이었다. 결과는 재앙이었다. 재난은 공동체의 포괄적 준비와 노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었다.

시카고 폭염은 세 가지 변화된 인식을 남겼다.
하나는 재해의 대응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
두 번째는 공동체의 연대와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재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
마지막으로 폭염은 단순한 기후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자연재해라는 것.

4년 뒤 시카고에 다시 폭염이 찾아왔다. 사망자는 110명이었다.
시카고는 각종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4년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글·그림 권병덕 가습기살균제 조사기획과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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