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다 알고도 안 해주는 거예요”

저희 아이가 매스컴을 크게 탔어요.
SBS <영재발굴단>에 역사 영재로 나왔던 박준석이에요.
아이가 방송을 통해서 자기가 몰랐던 가습기살균제사건의 자세한 부분을 봤잖아요. 정부에 대한 분노가 너무 커요. “내 얘기랑 똑같은데 왜 나는 인정 안 해줘? 말이 돼?” 그래요.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똑똑해지고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부정의와 불합리에 대해 화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건 부모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어떤 때는 아이가 가습기살균제 얘기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화를 낸 적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저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미 이런저런 매스컴을 너무 크게 탔어요. 아이가 똑똑하다는 게 나가는 것까진 좋았는데….
이 문제를 묻을 수 없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요즘 많이 힘들어해요.

이건 초기에 판정 기준을 마련했던 모 교수님 만났을 때 받은 자료예요.
가칭 ‘가습기살균제 참사 연구센터’를 제안하기 위해 그분이 직접 쓴 글인데, 내용을 보면 현재까지 추적 조사를 통해 밝혀진 증상을 쭉 적어놨어요.
말단 기관지 폐색, 급격한 호흡곤란, 폐가 찢어지는 기흉, 폐 섬유화, 안구 결막, 비염 등등.

이 자료에 언급된 수많은 증상 중 대부분이 우리 아이랑 딱 맞아떨어져요. 근데 우리 아이는 4단계를 줬어요. 말이 안 되잖아요.
이미 정리를 이렇게까지 해놨잖아요. 판정 위원들도 다 알면서 안 해주는 거예요. 이러니 화가 나는 거죠.

아이 편에 서 주는 사람이 없어요

얼마 전에 사참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법률 지원해 준 어떤 피해자분 사례를 봤어요. 그분은 1년에 한두 번 정기검진만 받으러 다녔대요. 그 말은 아픈 게 밖으로 그리 나타나지 않는 상태라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출혈이 일어나면서 신장이 18%만 남아버린 거예요. 부모로서 가장 두려운 건, 우리 아이들도 증상이 어떻게 발현이 될지 모른다는 거예요.

기대수명이라는 게 있잖아요. 지금 기대수명이 80이에요. 제가 나이 사십에 살균제를 썼어요. 앞으로 30년을 아파야 하는 어른인 저와, 80년 동안 이 고통을 갖고 살아야 하는 아이는 비교조차 안 돼요. 정상적인 사람도 살기 힘든 게 지금 세상이에요.

내 아이뿐만 아니라 이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할 건데요? 우리나라는 사회적 약자 배려? 전혀 없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제야 시늉만 하죠.
스쿨존에서 아이가 죽어도 그때뿐이지 아이들 편에 서 주는 사람이 없어요. 부모가 천년만년 사는 것 같으면 상관없어요. 아이를 내가 따라다니며 지킬 수 있으니.

하지만 그럴 수 없잖아요. 부모가 지금 얼마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지는 같은 아픔을 가진 부모밖에 몰라요.

저는 아이들 문제만큼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봐요. 나라가 망가뜨렸기 때문에 나라에서 미래보장을 해줘야 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예요. 아직 어리고 약해서 자기주장이나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해요. 때려도 계속 맞으면 맞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상황이 공정하지 못해도 저항을 못 해요.
나라나 어른들이 보호하고 지켜주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못해요. 그래서 무슨 일이 터지면 제일 타격을 받는 사람이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누구 하나 아이 편에서 손을 잡아주지 않았어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요? 지켜주지도 못할 거면서. 지켜주겠다고요? 누가요? 그걸 믿으라고요?
제가 아이 피해자 대표가 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아이 피해 전수조사해달라고 요청한 거예요.
누락된 거 다 끄집어 내달라고. 그게 내 새끼, 남의 새끼가 아닌 우리의 아이들을 구제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사진 하나 찍어주세요” 하면 다 피해요

옥시 사옥 앞에서 꾸준히 시위하고 있어요.

목적은 첫째, 가해 기업이면 해야 할 도리를 하라는 거예요.

두 번째는 불매운동이에요. 사과가 없는 기업은 기업윤리,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이 없는 거잖아요. 애경이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컨소시엄에서 떨어져야 하는 이유가 그거예요.1) 비행기 떨어지면 곧 사망이에요. 수많은 인명의 죽음으로 이어져요. 그런 책임성이 없는 기업은 앞으로 일어날 문제에도 책임을 지지 않을 게 뻔하거든요. 돈에 눈먼 기업에게 우리 국민은 단순히 돈일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를 보호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은 사지 말아야 한다, 운동하는 거고요.

세 번째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히지 않으려는, 그리고 사람들의 편견을 씻으려는 몸부림이죠.

피켓 들고 서 있으면 사람들이 그래요. “저거 해결된 거 아니야?”
이 추운데, 그 더운데 나가는 건, 잊히지 않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에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알려야죠. 그래서 둘이 나가는 거예요. 혼자 나가면 주목을 덜 하거든요. 가서 두 시간 서 있다 오려면 힘들어요. 피해자들은 다 환자니까요. 그래서 적극적인 어필을 못 해요. 내가 아파서 병원 가야하고, 자식이 아파서 돌봐줘야 하고. 한계가 있지만 계속 나가고 있죠.

지지난 주에도 시위하러 갔어요. 수군수군 대는 사람이 많고요, 직접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간혹 있어요. 저번엔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저 천막이 얼마나 걸리적거리고 신경질 나는지 아시냐고. 그 앞에 따릉이라는 자전거도 있었는데 그건 괜찮고, 우리 천막은 인도도 아니고 사유지에 쳐놨는데도 걸리적거렸다? 화가 나죠. 처참하고요.

시위했다는 증거 자료를 남기려고 매번 사진을 찍거든요? 지나가는 분들한테 “사진 하나 찍어주세요” 하면 다 피하세요. 내 카메라로 내 사진 찍어달라는데.
그게 좀 그래요. 갑자기 비가 와서 옆 사람이 비를 맞으면 신호등 신호 기다릴 때까지 만이라도 “같이 우산 써요” 하는 게 사람 사는 사회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사람들은 별로 엮이고 싶지 않은 거죠. 자기한테 불똥 튈까 봐.

“그 조그만 게 죽을힘을 다해
계단을 올라가는데”

제가 정말 가슴이 아픈 건요, 체육시간 되면 아이가 운동장에서 혼자 모래를 파요.
같이 움직이질 못해요. 야구나 피구를 할 때 얘가 공을 놓치거나 한번 실수하면 “너 때문에 졌잖아” 하고 아이들한테서 화살이 날아와요.
달리질 못하니까 우리 아이가 끼면 그 팀이 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혼자 모래를 파는 거예요.

워낙 영민한 아이라 남에게 민폐 끼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근데 속마음은 같이 하고 싶어 하죠.
체육시간에 아이 자존감이 많이 꺾여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여섯 달을 친구들한테 맞았어요. 계단을 올라가면요, 우리 아이는 왜소해서 늘 1번, 앞 번호라 맨 앞에 서게 돼요. 그 조그만 게 죽을힘을 다해 계단을 올라가는데, 그 뒤에 줄 선 애들은 말짱하잖아요. 빨리 안 올라간다고 뒤에서 머리를 치고 등짝을 친 거예요.
그렇게 5월부터 10월까지 내리 맞았어요.

1)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했다. “애경은 항공업 운영 노하우를 가진 유일한 입찰자로, 항공사 간 인수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강력한 인수 의지를 피력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애경과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으나 2019년 11월 12일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현대산업개발을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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